집에서 즐기는 여행지의 맛
 글쓴이 : 엉클죠
조회 : 2,802  
택배 서비스하는 지방 명물음식들…한여름 피하면 고를 수 있는 폭 더 넓어져


군산 이성당 빵집
주문하면 다음날 도착
통영 오미사 꿀빵
여름철에는 얼음팩 넣어서 배달

여행은 많은 선물을 준다. 잊지 못할 맛도 선사한다. 그 동네에서만 파는 빵, 그곳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만두는 돌아와서도 혀끝에 남는다. 군산의 팥빵, 대구의 납작만두, 통영 바다가 빚은 꿀빵, 부산 깡통골목의 유부전골이나 속초 닭강정, 논산 꽈배기 등 지방마다 명성이 자자한 명물들이다. 바다가 전해준, 그 골목이 보여준 풍경보다 더 그립다. 올해 그곳을 다시 찾을 길 없다면 더 아쉽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택배주문이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통이 발달한 탓에 전국 어디에서든 주문이 가능해졌다. 〈esc〉가 직접 주문에 나서봤다. 주문한 맛은 여행에서 먹는 맛과 같을까, 아니면 또다른 맛을 선물할까?

군산 하면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곳이다. 현존하는 빵집으로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알려진 빵집 '이성당'도 있다. 얇은 빵 껍질에 팥이 꽉 찬 단팥빵은 '속이 꽉 찬 연인'처럼 시도 때도 없이 그리운 존재다. 지난달 27일 전화를 걸어 주문을 했다. "빵 한 개도 가능해요. 택배비는 3000원이지만 5만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예요. 단팥빵은 한 개에 1200원이고요, 블루빵, 구운모찌, 소보로, 도넛도 맛있어요." 요즘 인기있는 빵 4개와 단팥빵 6개를 주문했다. 총 1만6700원. 다음날 도착한다는 소리에 28일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다. 시계추는 저녁 5시를 달려가는데 오지 않는다. 전화를 걸었다. 이성당 점원은 친절하게 우체국택배 직원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직원은 "6시 전에 도착합니다" 소리를 한다. 애인을 기다리는 심정이 이만할까!

단팥빵은 감동을 몰고 온다. 만두피만큼 얇은 껍질에 팥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차 있다. 간간이 팥 알갱이가 씹혀 또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2000년대 말부터 단팥빵에는 밀가루 대신 쌀가루가 들어갔다. 130g 하는 총 빵 무게에 빵 껍질은 40g, 팥은 90g이다. 맛의 비결이다. 초대 사장이었던 오남례(2010년 작고)씨의 며느리 이현주(50)씨가 현재 사장이다. 이씨는 우유, 달걀 등이 들어가지 않는 '블루빵', 찹쌀떡보다 더 쫄깃한 '구운모찌' 등 새로운 빵들을 개발해 시어머니의 맛을 이어간다. 그저 단골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택배가 이제는 하루 약 2000개(단팥빵 기준) 정도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다. 섬만 빼고 어디든 이성당 빵은 달려간다. (063-445-2772)

"한 팩에 10개 들었어요. 여름 한철만 택배비 5000원 받아요. 다른 계절에는 3500원을 받죠." 멀리 통영 '오미사꿀빵'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친절하다. 한 팩의 가격은 8000원. 여름만 택배비가 더 비싼 이유는 꿀 때문이다. 오미사꿀빵은 밀가루 반죽에 팥을 꽉 채워 넣고 튀긴 빵에 꿀과 깨를 뿌렸다. 꿀은 더운 날씨가 치명적이다. '적들'을 퇴치하기 위해 수산물 배달 박스에 쓰는 얼음 팩을 사용했다. 2007년부터 택배 배달을 시작한 오미사꿀빵 도남점 사장 정창엽(47)씨는 통영 수산업체 사장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1963년 오미사꿀빵을 만든 정원석(79)씨의 아들이다. 본점은 항남동에 있다. 택배는 도남점에서만 한다.

오미사꿀빵은 1963년 간판도 없이 오미사세탁소 옆에 탁자 두 개를 놓고 시작했다. 하동에서 온 정원석 할아버지가 만든 바삭바삭하고 달달한 꿀빵은 금세 인기를 끌었다. 아들 창엽씨는 "주변에 20군데가 넘는 꿀빵 집이 생겼지만 맛이 다른 것은 아버님이 개발하신 반죽 배합 비율에 있"다고 말한다. "처가 임신했는데 보내 달라"는 단골손님의 간청에 "아버님이 보내드리는 것"을 보고 택배를 시작했다. 하루 평균 200~300박스씩 주문이 들어온다. 얼음 팩을 넣는다고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도착한 꿀빵은 더러 꿀이 흘러내린 것도 있었지만 고소한 맛은 그대로였다. 계절별 꿀빵 보관방법 안내서가 들어 있다.(055-646-3230/www.omisa.co.kr)

만두 하면 통통한 것만 생각한다. 대구에는 납작해서 '납작만두'라고 불리는 만두가 있다. '미성당 납작만두'. 몰골은 초라하다. 넓게 빚은 만두피에는 당면, 부추, 파가 고작이다. 1963년 한국전쟁이 끝난 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임창규(2006년 작고)씨가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었다. 빚고 난 다음 삶고 물에 불려 만두의 크기를 키웠다. 현재 아들 임수종(49)씨가 운영한다. 대구가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향수 어린 음식이다. 만두 약 40개가 든 1팩의 가격은 5000원. 최소 2만원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 택배비는 4000원이지만 5만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다. 상자에는 만들어 먹는 방법과 양념이 자세히 적혀 있다. 집에 도착한 4팩의 양은 엄청났다. 이 정도면 지구멸망이 와도 며칠은 충분히 버텨낼 자신이 선다. 마치 후루룩 칼국수 면 먹듯이 만두는 잘도 넘어간다. 하루 만에 2팩을 해치웠다. 나머지 2팩은 냉동실로 직행. 임창규씨는 "더위지면 안 합니더. 상하면 큰일입니더"라고 전한다. 아직까지 주문을 받지만 기자의 주문은 끝물이다. 더워져 주문을 마감하면 9월부터 다시 시작한다.(053-255-0742)

'미성당 납작만두'처럼 여름 한철 피해 택배를 하는 명물음식들이 있다. 김제 '옛날시골찐빵'은 30여년 전통의 찐빵과 손만두를 파는 집이다. 10월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듬해 5월까지 한다. 손만두 10개 3000원, 팥찐빵 20개 8000원, 야채찐빵 20개 1만원. 두 상자부터 택배가 가능하다. 택배비는 5000원.(063-546-3334) 논산 '대영떡집'도 10월 중순부터 2월까지만 택배를 한다. 25여년간 찹쌀떡과 꽈배기만 판 집이다. 찹쌀떡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꽈배기는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맛볼 수 있다. 찹쌀떡 한 상자(6개) 4000원. 꽈배기 3개 2000원. 택배비 4000원.(010-9797-2878) 속초 '만석닭강정'은 속초 중앙시장의 명물이다. 28년 전통을 자랑한다. 1박스에 한 마리. 1만5000원. 택배비 4000원. 제주도만 8000원. 9월에 다시 택배를 시작한다.(033-632-4084)

글·사진 박미향 기자mh@hani.co.kr

⊙ 이곳에서도 전국 택배해요!

▲ 제주도 '제일떡집':

1992년 문을 연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떡집. 제주도 전통음식 오메기떡을 2㎏(2만5000원), 4㎏(4만원)씩 전국 택배한다. 택배비 5000원. 주문하면 다음날 도착. 서울은 당일 배송 가능.(택배비 8000원). 고물을 묻힌 떡 안에는 단팥 앙금이 들어 있다.(064-732-3928)

▲ 부산 '깡통골목 할매유부전골':

모듬세트 1호(유부보따리 5봉지, 국물 10봉지, 어묵 5봉지. 3만4900원)부터. 무료 배송. 유부 주머니에는 당면, 고기, 채소 등이 터질 듯 들어 있다.(1599-9828/www.yubu.co.kr)

▲ 횡성 '면사무소 안흥찐빵':

찐빵 20개 든 한 박스(8000원), 25개 든 박스(1만원) 등. 택배비는 3000원. 가정에서 약 15분 정도 찌면 맛이 살아난다.(033-342-4570)

심순녀안흥찐빵: 찐빵 20개 든 한 박스(1만원)부터. 택배비는 4000원. 냉동해두었다가 찜기에 쪄 먹는다.(033-342-4460~2)

▲ 대전 '성심당':

대전 명물빵집. 튀김소보로가 인기. 전국배송 제품(월넛브레드, 쑥떡쑥떡, 미녀와야수, 씹어야아는호박 등)을 따로 구분해두었다. 채소, 달걀 등이 들어간 제품은 제외. 2만원 이하 주문하면 택배비 2500원, 이상이면 배송비 무료. 기름에 튀긴 튀김소보로는 전국배송 제품에는 빠졌지만 다른 빵을 고르고 요청사항에 추가하면 가능.(042-256-4114/www.sungsimdang.co.kr)

▲대구 '윤옥연 할매떡볶이':

일명 '마약떡볶이'란 별명을 얻은 매운 떡볶이. 1만원부터 택배 가능. 여름만 얼음 팩이 들어가 택배비가 1만원. 다른 계절에는 5000원. 떡과 매운 소스로 구성.(053-756-7597/053-756-7573/053-756-7579)

한겨레 | 박미향 기자
20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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