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주식? 부동산? 난 나무로 목돈 번다
 글쓴이 : 조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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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나무 값은 계속 오르죠"… 연 1억 버는 은퇴자도
'정직한 장기 투자' 나무 키워 수익 내볼까
 
짧게는 5~7년 여유있게 접근… 생계형보다 부업으로 적당
비어있는 텃밭 빌리는게 안전… 임대료 연 수백만원대 싼 편
아파트 고급 조경 추세 늘어 대형 소나무 등 수요 꾸준

소규모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박모씨는 2년전부터 월급 외에 연간 수천만원 이상의 가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수입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재테크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박씨의 수입원은 바로 나무다.

박씨는 10여전 전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의 약 3만㎡ 규모 땅을 지인으로부터 연간 200만원 주고 빌렸다. 지목이 밭인 이 땅은 맹지(盲地)라서 값어치가 크지 않지만 지인이 가격이 오를 때까지 묻어준다며 사둔 곳이다. 박씨는 지난 2003년부터 3~4년간 순차적으로 이곳에 느티나무 묘목을 1,000~3,000주씩 심었다. 잡초 제거는 1년에 세번, 거름은 한번 주는 식으로 매년 서너 차례 정도 주말에 내려가서 일을 했다. 워낙 나무 그루수가 많아 한번에 5~6명 정도 일꾼을 구했다. 그는 주중에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다가 매주 방문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동네 주민에게 매달 몇 만원씩 용돈을 주고 묘목관리를 부탁했다. 관리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한번씩 들러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연락을 취해주는 정도다.

박씨는 이 나무들을 심은 지 7년이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팔기 시작했다.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나 조경업자를 통해서 수형(樹型)이나 수요자에 따라 한 그루당 13만~20만원선에 판매했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가로수를 은행나무에서 느티나무로 교체하면서 수요가 늘어나 나무 가격도 올랐다. 그가 심었던 묘목값은 5,000원~1만원 정도. 임대료ㆍ관리비ㆍ인건비를 제외하고도 10배가 넘는 투자수익을 올린 셈이다.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틈새 투자처로 나무 재테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누구나 박씨처럼 지인을 통해 땅을 쉽게 확보하고 큰 시행착오 없이 나무를 길러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사두고 묵히면 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노동력을 투입하고 관리를 해줘야 한다. 농사나 다름 없다. 그러나 투자 비용이 크지 않고 농사에 비해 기술이나 일손이 덜 간다는 점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투잡(two job)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무엇보다 자연을 사랑하고 노동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그 어떤 재테크나 직업보다 매력적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하듯 나무로 대박을 내겠다는 심산은 위험하다. 나무 키우기는 사실 농사에 가깝기 때문에 농업의 한 분야로 여기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부가 1년 농사를 위해 겨울부터 퇴비를 만들 듯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시작해야 나무키우기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나무 키워 연 1억원 버는 은퇴자도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장을 지냈던 이모씨는 학교에서 취미삼아 전지 가위로 수형(樹形)을 잡는 일을 했다. 이때 취득한 기술을 살려 그는 은퇴 후 고향에 내려가 나무 심는 일을 했다. 모양이 좋은 나무와 그렇지 않은 나무의 상품성은 천양지차다. 특히 소나무는 모양에 따라 가격이 보통 서너배씩 차이가 난다. 그는 요즘 연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파주농원'을 운영하는 이도형씨는 부모의 묘를 쓰기 위해 사뒀던 임야에 소나무 묘목을 심었다. 30여년 전부터 그루 당 1,000원 미만의 묘목을 만 그루 이상 식수했다. 약 10년 전 현직에서 은퇴한 그는 "조림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며 "현재는 일꾼도 고용해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정도'라고 말하지만 그가 보유한 나무의 재산 가치는 막대하다.

은행을 다니다 은퇴한 구모씨는 용인 남산읍에 있는 선산을 지키려고(?) 하다가 나무를 키우게 됐다. 그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산은 바로 붙여 있는 밭과 합쳐 약 7,000㎡ 정도. 1995년에 은퇴한 그는 직장 다니느라 돌보지 못한 선산을 가봤더니 인근 지역주민이 농작물을 심는 등 구역을 침범해왔다. 이를 막기 위해 그는 산에 단풍나무와 이팝나무 등을, 밭에는 대왕참나무 등을 심어 뒀다. 서울이 집인 그는 일주일이 두 번 정도 내려가 거름도 주고 풀도 뽑는다. 은퇴 후 소일거리인 셈이다. 최근 그는 대왕참나무 50주를 그루당 10만원 안팎에 팔았다. 구씨는 "돈 벌기보다는 취미 삼아 하는 일"이라며 "가게를 하다 망하면 빚이 남지만 나무는 팔지 못하면 그냥 더 자라게 두면 된다"고 말했다.

나무를 키워서 돈을 버는 경우는 제각각이다. 은퇴 후 소일거리에서부터 전문적인 나무 농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물론 유형에 따라 수입도 크게 다르다.

◇생계형 보다는 '세컨드 잡'으로 적당

= 나무농사는 일반적인 농사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손이 덜 간다. 기술도 일반 농작물에 비해 덜 필요하다. 리스크도 적다. 한해 한해 짓는 농사는 망할 수도 있지만 나무 농사는 짧게는 5~7년 길게는 10~30년까지 기다리야 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에 가깝다. 대신 몇 만㎡ㅍ이상의 규모의 농장을 하지 않는 한 소득 발생이 상대적으로 불규칙적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아니라면 생계형 나무농사보다는 여유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하는 재테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나무를 길러본 적이 없는 초보자라면 더욱 그렇다.'나무 부자들'의 저자 송광섭씨는 "나무 재테크는 당장은 돈이 되지 않는다"며 "돈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재미를 먼저 붙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송씨는 집안 소유의 텃밭이 150~300㎡ 정도 있다면 여기에 우선 나무를 심어 보라고 권했다. 땅을 구하기 전까지라도 화분에 묘목을 키우며 관리법 등을 익히면서 나무 키우기에 대한 '감'을 익히고 재미를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광주에서 나무 농장을 하는 김향숙씨는 "나무는 자식과도 같다. 정성과 식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나무 키우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토지 확보가 급선무

=나무를 기르려면 땅을 구하는 게 기본이다. 토지 확보 방안은 처해진 여건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선 본인이나 집안 소유의 임야나 토지가 있다면 이를 활용할만 하다. 실제로 놀리고 있는 집안 소유의 임야나 인근 밭에서 나무 농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확보된 토지가 없다면 나무 농사를 위해 토지매입을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나무 농장 주인들은 토지를 임대해서 쓰고 있다. 특히 초보자들의 경우 토지를 덜컥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향후 미래 가치에 있는 땅을 투자용으로 매입하고 여기에 나무를 키우는 것은 '1석2조'다.

나무를 키우는 이들이 선택하는 가장 보편적인 토지 확보 방안은 임대다. 토지 임대료는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송씨는 "비어 있는 텃밭을 수소문해서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농사를 짓지 않고 비어 있는 땅이 많기 때문에 잘만 구하면 임대료는 수천~수만㎡의 토지라도 임대료는 연간 수십~수백만원 선으로 비교적 싼 편"이라고 말했다.

여주 일대에서 토지를 임대해서 나무를 심고 있는 조경업자 A씨도 저렴하게 땅을 구한 케이스다. 그는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600㎡와 1,500㎡ 규모의 쪼가리 땅을 나눠서 빌렸다. 이 경우 만일 한 곳에서 나무를 옮겨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좋은 나무 가격은 계속 오른다

=최근 신도시 개발, 4대강 공사로 인해 나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인기 수종의 경우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물론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 사업이 예전만 못하고 4대강 공사도 마무리 국면이지만 아파트 조경 공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좋은 나무에 대한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조광만 현대건설 건축조경팀 과장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수령이 오래되고 수형이 놓은 고급 대형 나무를 원한다"며 "고급 조경을 원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한 좋은 나무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는 주당 300만~500원짜리 대형 소나무가 최소 10주 가량 식재된다. 이외에도 느티나무, 단풍나무와 같은 교목(喬木.높이가 8m 이상인 나무)과 철죽, 사철나무 등의 관목(灌木.높이가 2m 미만인 나무) 등을 합쳐 수천 주 이상 식재된다. 7년 이상 키워서 파는 교목에 비해 관목은 생육주기가 짧아 일반적인 농사일에 가깝다. 관목은 수익을 회수하는 주기가 짧은 대신 시세 변동이 큰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판로다. 최근 들어서는 직거래 장터가 늘어나는 등 나무 유통시장이 투명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른바 '나까마'로 불리우는 중간 소개업자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세를 잘 모르는 나무 주인들을 속여 싼 값에 좋은 나무를 구입한 후 비싸게 되파는 경우가 허다했다. 게다가 나무를 캐 간뒤 돈을 떼먹고 잠적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트리디비(www.treedb.co.kr), 엘티, 조경커뮤니티(café.naver.com/teamsis)와 같은 직거래사이트 등이 활성화돼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유통채널 확보가 가능해졌다.

박세범 트리디비 이사는"나무 보유자들이 직접 사진을 올리고 조경업자들이 이곳을 통해 매입하는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거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된다면 조경업자들과 친분을 쌓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묘목을 살때 대규모 묘목 판매업자로부터 사들이는 것도 투자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묘목 판매업자들은 대부분 조경업자들과 연결이 돼 있어 향후에 묘목을 키워 되팔 때 중요한 정보원이 될 수도 있다.

모양 잡힌 묘목으로 여러 수종 나눠 심어야

● 초보자에 전하는 나무고수 조언

주식 투자에서 종목 선택이 중요하듯 나무 농사의 성공 여부는 수종 선택에 달렸다. 나무도 유행을 타고 가격 변동도 심하다. 예컨대 살구나무는 7~8년전만 해도 인기 수종이었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줄어 가격이 10분의1로 급락했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 몸값이 오르고 있는 이팝나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한때 가격이 오르면 너도나도 같은 수종을 심기 때문에 출하 시기에 대량 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수종 선택을 할 때 절대로'몰빵'해서는 안 된다. 여러 개의 수종을 골고루 나눠서 심어야 한다는 얘기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투자의 금언이 나무 재테크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이한 나무보다는 흔한 나무를 심을 것을 권한다. 흔한 수종은 유행을 덜 타는 스테디셀러이기 때문이다. 도시나 아파트 단지 조경을 할 때 공무원이나 건설회사 직원으로서는 가장 대중적인 취향에 맞춰서 수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느티나무ㆍ단풍나무ㆍ소나무ㆍ은행나무ㆍ플라타너스 등이 안전한 수종들이다. 소나무는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키워야 한다. 비싸게 받을 수 있다고 소나무만 심으면 다 자랄 때까지 팔 수 있는 나무가 없다. 5~7년 이후에 소득을 올 수 있는 나무도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묘목 구입에서도 새겨야 할 진리다. 조경수로 팔 수 있는 나무는 모양과 사이즈가 거의 규격화돼 있다. 이러한 규격에 맞지 않으면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 경북 문경에서 대규모 나무 농사를 하고 있는 김인한씨는 "초보자들이 가꾼 나무농장에 가서 보면 실제 쓸 수 있는 나무는 10% 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나무는 많이 심었지만 상품성있게 키우질 못한 것으로, 모양이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뽑아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조건 싼 묘목을 구입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값을 쳐주더라도 수형이 잡혀있는 양질의 묘목을 사라는 게 나무 고수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이도성 파주농원 대표는 "아주 작은 묘목은 가격이 그루당 100원 미만이기 때문에 수만 개 구입해서 심었지만 수십년 키워도 대부분 상품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시행착오를 덜 겪으려면 어느 정도 자란 묘목을 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또 한꺼번에 대량으로 심는 것도 초보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다. 김인한씨는 "매년 1,000~1,500㎡씩 순차적으로 나무를 심으면 초기에 시행착오도 줄이면서 나중에 꾸준히 매출과 소득이 발생한다" 고 말했다.

서울경제 | 이혜진기자
201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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